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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론

고려불화의 특징1 - 시대적·사상적 배경과 주제, 양식 및 제작기법

by 바아냐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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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는 '한 시대의 종교는 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절대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고려시대의 불교회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고려불화의 특징에 대해서 이해해 보기 위해서 당시의 시대적 · 사상적 배경 및 주제의 특성을 짚어봅니다. 그리고 고려불화의 양식적 특징 및 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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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의 특징1

고려불화의 시대적 · 사상적 배경

고려시대는 거란, 여진, 몽고의 끝없는 침략과 분란으로 인한 불안한 시기였습니다. 고려 후기에는 원의 내정 간섭이 이어지며 백성들의 삶은 피혜했습니다. 이러한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고려의 예술인들은 직지심체요절, 팔만대장경, 고려청자 등 엄청난 예술작품들을 창조해 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려불화는 고미술의 걸작이자 동양 채색화의 백미로 여겨질 만큼 뛰어난 예술유산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단한 작품이 탄생된 배경은 어떠할까요.

불교국가였던 고려는 귀족부터 천민까지 모두가 불교를 믿었습니다. 불교는 사회의 통념 뿐아니라 규범이고 신념이었습니다. 불교 회화는 예배의 목적 외에도 교화의 목적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시의 사회의 필수적인 행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려 시대의 전반기에는 관료적 귀족사회로서 교종을 중심으로 화엄경과 법화경에 기반한 미술이 유행했습니다. 따라서 불화의 내용도 법화, 화엄, 법상의 변상도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고려 후기에는 무신들이 세력을 형성했었으나 원의 침략으로 인해 권문세족에게 권력이 넘어갔고 선종 불교가 사회를 이끌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선종을 중심으로 아미타불 관계 불화가 많이 그려졌습니다. 고려는 귀족 불교의 시대였기 때문에 불화의 기증자 역시 귀족이었으며 각각의 작품에도 귀족의 취향이 반영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고려 후기에는 무신들과 권문세가들의 가문에 영구한 번영과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로 불화가 제작되었던 것입니다. 

 

고려불화의 주제

고려불화의 주제는 교리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교리가 다르면 주존의 대상도 다르기 때문에 종파에 따라 불상이나 불화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석가여래도, 아미타 여래도, 관경변상도, 비로자나불도, 관음보살도, 십육나한도, 제석천도 등 다양한 불화의 주제 중에서 아미타여래도, 관음보살도, 지상보살도 등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고려의 전기의 교종 불교는 화엄종과 법상종, 천태종으로 이에 따른 화엄, 법화, 법상의 변상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변상도는 경전의 내용이라 교리 혹은 부처의 생에를 도상화한 그림입니다.

고려 중기를 거치며 달마도, 선종종파도, 조사도와 같은 선종 불화들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후기에는 왕실과 권문세가들의 시주에 의해 아미타불화나 관음 · 지장보살시왕도 같은 불화가 그려졌습니다.

수월관음도
대덕사 소장, 수월관음도

고려불화의 양식 및 기법

구도

고려불화의 가장 중요한 양식적 특성은 독특한 화면 구도에서 나타납니다. 고려불화는 신분· 계층을 중시했던 당시의 귀족적 불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인물이 많이 배치되는 설법도와 같은 경우 좌우의 협시보살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 본존불상을 크게 강조한 상하 2단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하단의 협시들은 본존을 중심으로 사다리꼴로 배치 되어 상단의 본존을 모시는 종속관계에를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본존 의외의 협시가 전혀 없는 화면 구성은 본존의 권위를 극대화시킬 뿐 아니라 본존에게 시선을 집중시켜주는 효과를 줍니다. 이뿐 아니라 좌우 대칭구도, 대각선이나 측면관으로 자유분방하게 화면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색채

고려불화의 색채는 전반적으로 밝고 은은한 색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 화려한 금색이 어우려져 화려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고려불화는 천연의 주사, 석록(녹청), 석청(군청)의 삼색을 기본으로 황색, 백색을 포함한 오방색을 주색으로 하는 매우 절제된 배색법을 유지합니다. 원색을 주로 사용하면서 그 사이에 중간색을 적절히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배색을 유지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여래상의 가사에는 주사가 쓰이고 대의에는 녹청을, 치마에는 군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탕색은 대게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갈색이기 때문에 도상의 화려한 붉은 색조가 부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조로운 배색임에도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금니의 사용이 적절히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석채의 아름다운 색조를 바탕으로 한 금니의 사용은 각도와 광 도,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 시각마다 달라지는 금빛으로 화면의 다채로운 시각미를 드러냅니다. 금니는 순금을 사용하여 육신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윤곽선과 옷 주름선, 그리고 각종 문양들의 표현에 사용되었습니다. 금박을 가늘게 잘라 붙이는 절금 기법은 고려불화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기법은 주로 일본불화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그림의 국적을 밝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화법

고려불화의 독특한 화법인 복채법(배채)은 비단의 뒷면에 백토 등의 밝은 색을 먼저 채색하는 방법입니다. 비단 위에 석채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면 쉽게 번지거나 발색이 어려운데 이를 보완하고 안정감 있는 색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밑작업을 해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채에 의해 물감의 마른 층 위해 그리을 그림으로써 안료의 혼색 효과를 나타냅니다. 신체나 의복의 표현에 쓰이는데 뒤에서 백색 안료를 칠하면 앞에서는 붉은색이나 황토색 계열 안료를 엷게 칠하여 부드러운 살색을 표현합니다. 또 붉은색을 화면의 뒤에서만 칠하여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감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고려불화는 색채선염법(바림질)을 사용해 입체감을 주었습니다. 밝고 어두움을 색의 짙고 옅음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선을 그은 바탕면에 백반수를 도포한 뒤 색의 경계부를 진하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엷게 칠하는 것을 바림질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농담을 드러내는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필선

고려불화의 필선은 가늘고 세밀한 필선이 일정하게 흐르는 수려함이 특징입니다. 조선시대의 굵은 필선과 상반되는 우아함과 세련된 느낌을 자아냅니다. 육신부의 묘선은 대부분의 경우 얇은 먹선으로 윤곽을 잡고 그 선을 따라 다시 얇은 주선을 그어 표현했는데 고려 후반기에는 굵은 주선만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법의의 윤곽과 옷 주름은 기본적으로 얇은 먹선으로 묘사하거나 그 선을 따라 다시 굵은 먹선으로 강조하고 그 선을 따라 금니선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문양

고려불화에는 매우 다양한 문양들이 사용되었습니다. 보상화(연꽃무늬와 결합한 팔메트잎의 변형, 중첩된 꽃잎의 조합)로 이루어진 원문, 덩굴, 국화잎, 모란꽃, 연꽃, 연꽃과 국화 덩굴, 모란 덩굴 구름, 새, 칠보 등 다수의 문양이 있습니다. 각 문양의 표현은 일정부분 규칙성이 존재합니다.

먼저 여래상의 법의에는 둥근 연화당초문을 쓰고 대의에는 구름과 봉황, 운봉문이 그려졌으며, 군의(치마)에는 타원형의 연화문과 연화당초문(연화덩굴)을 넣었습니다. 관음도상에는 군의의 바탕에는 대부분 귀갑문(거북껍질)이며 그 위에 상하대칭의 타원형 연화문 혹은 칠보문, 군의의 가장자리에는 모란 당초문으로 장식했습니다. 베일에는 마엽문(마의 잎)을 전면에 그리고 그 위에 연화당초문과 연화원문 그리고 드문 예로 운봉문(구름 속 봉황)을 적절한 크기로 배치하였습니다. 

고려불화에서는 연화당초원문이 가장 많이 쓰였습니다. 특히 이 문양은 고려시대 13~14세기 불화의 대표적인 문양으로 중국은 물론 일본의 불화에도 사용된 적이 없는 독자적인 문양입니다. 

 

마무리

고려불화는 한국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불교회화였습니다. 이러한 고려불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주제의 형성과정이나 양식적 특성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양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기타 기법적인 면에서의 매우 세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고려불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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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김영재, <고려불화 -  실크로드를 품다>, 도서출판 운주사, 2004

김의식, <탱화 - 그림으로 만나는 부처의 세계>, 도서출판 운주사, 2005

김원용 · 안휘준, <한국미술의 역사 -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시공사, 2003

유마리 · 김승희, <한국 미의 재발견 7 - 불교회화>, 솔출판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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