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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론

전통 고려불화의 색채와 사용된 안료의 종류 - 천연 석채와 인조 석채

by 바아냐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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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절에 그려진 그림 모두를 불교회화 불화라고 부릅니다. 불화는 불교의 전파를 위해 그림을 통해 불교교리의 내용을 형상화한 모든 그림입니다. 단청을 여러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그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불교회화 전반에 관련한 것입니다. 따라서 단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미술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전통 불교회화에서 중에서도 고려시대 그려진 불화에 사용되었던 안료에 대해서 공부해 보겠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불교회화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고려불화에서 나타나는 색채적 특성은 어떠하며 또한 당시 사용되었던 안료의 종류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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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의 색채

고려불화는 천연의 주사, 석록, 석청의 삼색을 기본으로 하는 매우 절제된 색채 구성을 보여줍니다. 단조로운 채색으로 그려졌음에도 상당히 화려하며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드러나는데요. 그 이유는 석채의 담담한 색조가 쌓여 금니(금색의 얇은 외관선)의 화려함과 결합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불화의 기본 바탕재료인 비단의 앞과 뒤에 반복적으로 채색을 하면서 칠이 앞으로 배어 나오도록 하는 복채법을 사용하고, 원색의 사이사이에 중간색을 적절히 배치하는 채색기법을 통해서 연출된 것입니다. 또한 밝고 어두움과 짙고 옅음을 적절히 교차 사용하여 음영을 만들어 내는 색채선염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천연안료와 인조안료

전통적인 불화를 그릴 때 사용되는 색채는 크게 천연안료와 인조안료으로 구분됩니다. 천연에서 추출되는 안료에는 석채(자연원석)과 이채(수간 채색)이 있습니다. 석채는 자연에서 얻은 원석을 분쇄한 후 흐르는 물에 정제하여 추출한 뒤 입자 크기별로 분류한 것을 말하고, 천연 수간(이채)은 흙이나 진흙을 그 자체로 정제하여 얻어내는 것입니다. 인조 석채는 산화 금속물로 만들어지는데 천연 안료와는 달리 색채의 톤이나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조 수간 색채는 화학 안료를 정제하여 만들어집니다.  

 

고려불화에는 천연의 주사, 석록, 석청의 세 가지 색이 주로 사용되고 백색과 황색의 혼합을 통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고려불화에서 사용된  천연 석채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고려불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부분

 

천연 석청

천연석청은 선명하고 짙은 남색빛의 광물성, 천연 염기성 탄산구리로 적동광에서 산출됩니다. 군청이나 프러시안 블루에 가까운 색감으로 동양의 벽화 채색에 가장 중요하게 쓰인 청색 안료입니다. 고려불화와 중국의 둔황벽화 그리고 중국 송과 명대의 벽화에서도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석청은 일본 호류사의 금당벽화나 다카마쓰 고분 벽화에서도 그 사용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로 고려불화의 치마에 석청을 사용하였습니다. 

천연 석록

천연 석록은 천연의 염기성탄산동으로 이루어진 암록청색의 공작석을 미세하게 분쇄하여 만드는 안료입니다. 안료의 사용 역사가 가장 오래된 녹청색으로 고려 불화의 장삼과 군의의 녹색 바탕이나 대의에 석록을 사용하였습니다. 

천연 주사

천연 주사는 진사라고도 부르며 진홍색의 광석으로 수은과 황의 화합물입니다. 황화수은이 주성분으로 중국 윈난 성에서 많이 생산되며 입자가 무거워 채색하기에 용이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 화합물의 덩어리를 불빛에 비추어 맑고 투명한 붉은빛을 띠게 되면 그것을 경면주사(진사의 다른 말)라 하여 최상품으로 여깁니다. 주로 고려불화의 여래가사는 주사로 칠하게 됩니다. 

천연 석웅황 

천연 석웅황에는 웅황, 자황, 토황이 있으며 색깔의 깊이에 따라 구분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벽화의 복식에 많이 사용되는 색채입니다. 석황의 경우 한때는 널리 사용되었지만 안료를 구하기 힘든 데다가 독성마저 있어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금색에 쓰면 색이 탁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백색안료로는 연분과 고령토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연분은 흰색 계열 중 연한 황색빛을 띠고 고령토는 살결 등 여러 부분의 복채에 사용했으며,  순수한 흰색 계열은 주로 고령토로 채색했습니다. 고려불화의 경우 상호(얼굴)의 채색에 있어 비단 바탕에 칠했을 경우에는 배채에 사용된 흰 채색은 거의 대부분 고령토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황색계 안료로는 황토를 분홍색 계열로는 주사와 연단을 사용한 사실이연구를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황토는 흙자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안료입니다. 은폐력이 강하고 비교적 영구적이어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안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금다(호안석으로 만든 금빛 갈색 석채), 암흑(흙색 암석으로 만든 석채), 전기석(무색 혹은 흑색의 붕규산염 준보석 광물), 수정석(석영의 큰 결정으로 무색 투명한 광물질), 벽옥(암록색의 불투명한 석영의 일종), 방해말(방해석이 주성분인 탄산칼슘 석회질 안료) 등은 모두 천연 광물을 미세하게 분쇄하여 만든 것입니다. 

 

수비, 즉 수간법은 안료를 물속에서 분산시킨 후 불순물을 제거하고 그것을 정제하여 말린 것으로 안료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석채는 보석이라 불리는 광석으로 만들어지지만 천연 수간은 흙을 채취하여 거기에서 추출된 산화철이 함유된 흙만을 다시 골라 사용했기 때문에 흙물감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과거 책상과 장롱 등의 황토칠이나 진흙 속에서의 명주실 염색, 고대 목조건물의 겉칠 등에 쓰였습니다. 그 흙물감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물속에서 분산, 정제시킨 뒤 말려서 사용하였기에 수간(이채)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색의 명칭 중 '토'가 붙은 것이 바로 이채입니다. 천연 수간안료의 종류에는 동물성재료-호분, 연지/식물성재료-동황, 남/광물성재료-주, 홍병, 황토가 있습니다. 

 

인조 석채는 발색채가 되는 금속 원소의 촉매에 의한 매개반응을 통하여 인공적으로 결정체를 추출합니다. 따라서 분자 상태의 일정한 미세 분말로 생성될 수 있습니다. 발색채 금속을 고온에서 산화시켜 원하는 색상을 추출한 뒤 규소를 녹여서 혼합하면 산화된 발색채의 표면이 규소 코팅됩니다. 산화가 중단되면서 벽돌만한 크기의 암괴가 생산되는데, 이 암괘를 분쇄하고 물에 걸러 정제하여 입자 크기별로 구분한 것을 인조 석채라 합니다. 인조 석채는 발색채 금속의 배합 여부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제조해 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둔황벽화나 고려불화, 조선불화에서도 인조 석채를 많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불화에 사용된 석채 중 색의 명칭에 자가 붙은 것은 암채라고도 합니다. 석채(암채)는 색을 지닌 천연안료로 변색과 탈색이 적고 깊이 있는 색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변에 구하기가 어렵고 고가인 것이 단점입니다. 얼마 전까지 중국산이 많이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었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만든 것이 인조석채인 것입니다. 인조석채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채색화의 재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단청 안료와 불화의 안료 구분이 거의 없으며 일부에서 석채를 쓰기도 하고 동양화 물감을 섞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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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될 읽을거리

단청 안료 1 - 안료의 의미와 종류, 무기안료와 유기안료

단청 안료 2 - 무기안료의 의미, 종류와 특성

단청 안료 3 - 유기안료의 의미와 종류별 특성

단청 안료4 - 전통 안료의 종류, 명칭과 특성

단청에 사용되는 접착제의 종류와 특성

 

참고도서 

네이버 지식백과

김의식, <탱화 그림으로 만나는 부처의 세계>, 도서출판 운주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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